2011.9.7 [한국일보] 전 부치랴 친척 대접하랴 주부 명절 병, 남편하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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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은마디병원 작성일12-08-21 00:00 조회2,65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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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가장 힘든 신체 부위는 허리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전 부칠 땐 바닥 말고 의자에 앉는 게 좋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한민국에서 명절 제대로 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평소 먹는 음식의 몇 배를 하루 종일 해내야 하질 않나, 보따리보따리 싸 들고 몇 시간씩 차를 타야 하질 않나, 찾아오는 일가 친척들 행여 서운해할라 인사말까지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질 않나. 젊은이들도 힘에 부치는 마당에 나이든 사람은 명절 뒤엔 완전히 녹초가 된다. 그래서 참다 못해 병원들을 찾는다.
척추관절 전문 튼튼병원이 추석 명절을 앞둔 지난달 23일부터 30일까지 내원한 50대 이상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명절증후군'에 대해 물었다. 명절이면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지만 그 중 제일 경계해야 할 일은 다름 아닌 전 부치기다.
허리 무리 가장 많아
지금까지 명절 전후로 가장 아프거나 자주 아팠던 부위가 어디였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8%인 174명이 허리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이 허리에 무리를 많이 주는 명절 가사일 1순위로 꼽는 게 바로 전 부치기다. 보통 앉아 있을 때 척추가 받는 하중은 서 있을 때의 2, 3배 정도로 커진다. 그런 데다 딱딱한 마룻바닥에서 오랜 시간 허리를 구부린 채 앉아 있다 보면 척추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전 안 부칠 수도 없는 노릇. 부침 기구를 식탁 위에 올려 놓고 의자에 앉아 부치면 그나마 낫다. 부엌이 비좁거나 여러 명이 일하는 통에 도무지 의자를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면 허리를 벽에 기대 앉거나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는 게 좋다. 조금이라도 허리 부담을 덜 수 있어서다.
잦은 설거지도 허리에 무리를 주는 공범이다. 힘이 드니 자신도 모르게 몸이 앞으로 구부정해지거나 옆으로 삐딱하게 서게 된다. 허리에 굴곡이 생기면 힘들어지게 마련. 싱크대 앞에 서 있을 땐 되도록 몸과 싱크대를 밀착시켜야 한다. 옆에서 봤을 때 발목과 허리, 복숭아뼈가 일직선이 되는 게 바른 설거지 자세다.
단 아무리 바른 자세라도 그 자세로 오래 있으면 허리 건강에 마이너스다. 송철 조은마디병원 병원장은 "(싱크대 아래쪽에) 높이 10~15cm 되는 받침대를 놓고 발을 번갈아 올려 놓으면 허리 피로도를 줄일 수 있다"며 "다른 일을 할 때도 한 시간에 한 번씩은 허리를 쭉 펴거나 어깨, 무릎을 스트레칭 해주며 자세를 바꿔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쪼그려 앉았다 바로 일어서지 말아야
이번 조사에서 명절 후 아픈 부위 중 두 번째로 꼽힌 건 18%인 54명이 답한 팔 다리다. 팔 역시 꼬치를 꿰거나 계란 옷을 입히거나 부치는 등 전 만들 때 특히 조심해야 한다. 평소보다 무거운 조리기구를 들었다 놓았다 하며 옮기는 과정에서 손목에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팔을 구부린 채 오랫동안 일하면 팔꿈치 바깥쪽이 아픈 테니스엘보가 나타난다. 보통 운동 때문에 생기는 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중년 주부에게 가장 많다. 손목보호대나 밴드를 사용해 팔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면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전 부칠 때 쪼그려 앉는 자세도 문제다. 혈액 순환이 잘 안 돼 발이 저리기도 하고, 관절에 부담도 많이 간다. 실제로 이번 설문조사에서 50대 이상 환자들이 명절 이후 병원을 방문했을 때 진단 받은 병명에는 관절통(49%, 147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폐경기 전후 여성은 호르몬 변화와 체내 칼슘량 감소로 조금만 무리해도 관절통이 쉽게 온다.
이승용 은평튼튼병원장은 "오래 앉아 있다 바로 일어나면 무릎과 엉덩이 관절에 충격이 간다"며 "앉은 상태에서 무릎을 곧게 펴고 양쪽 발목을 좌우로 가볍고 빠르게 흔들어 근육과 인대를 이완시켜 혈액 순환이 잘 되게 한 다음 일어서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남편 제일 원망스러워"
명절 쇤 게 아무리 수십 년이라도 매번 명절 후 몸 아플 때마다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다. 게다가 친척들이 별 생각 없이 툭툭 던진 말이 마음에 남으면 가슴도 답답해진다. 누군가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털어놓고도 싶어진다. 이번 조사에서 그 '누군가'는 모두 배우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 전후 아팠을 때 제일 먼저 얘기하는 사람(61%, 184명)도, 가장 원망스러운 사람(52%, 156명)도 배우자가 꼽혔다.
평소 집안일을 흔쾌히 분담해주던 남편도 명절만 되면 나 몰라라 하고 접대만 받는 상황이 되곤 한다. 고경봉 연대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명절에 모이는 나이 드신 친척 등 집안 어른들에 의해 옛날의 가부장적 남성 중심 문화가 일시적으로 강화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신을 그런 상황에 놓이게 만든 장본인인 배우자가 제일 원망스러우면서도 그런 마음을 배우자가 가장 잘 알아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명절 계획을 세워보길 추천한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모여서 얼굴 보고 차례 지내는 걸 넘어 함께 노래방이나 영화관을 가거나 근처 공원을 찾는 등 자녀에겐 교육이, 노인에겐 운동이 되는 문화 활동을 공유하면 심리적인 문제로 생기는 명절증후군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프면 안 참아"
그래도 시대가 변하긴 했다. 명절증후군, 겪을 땐 겪더라도 점점 더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는 분위기다. 옛사람들이야 사실 명절은 물론이고 평소에도 한두 군데 아프고 쑤셔도 그저 그러려니, 좀 있으면 나아지려니 여기고 꾹 참기만 했다. 하지만 요즘 어른들, 많이 달라졌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50대 이상 내원 환자들도 어느 정도 아파야 병원에 가느냐는 질문에 70%가 넘는 216명이 1주일 이내라고 답했다. 그 중 34%인 74명은 아프면 곧바로 병원을 찾는다고 했다. 병원비도 자녀에게 의지하기보다 스스로 해결한다는 응답자가 4배가량 많았다. 튼튼병원 관계자는 "실제로 설이나 추석 등 명절 직후에는 평소보다 내원 환자 수가 최대 약 10%까지 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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